취기가 막 오를 즈음 연락을 받고 타의적인 산책을 진행하였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산책’은 나에게 ‘배’나 ‘눈’ 같은 단어보다 더 대표적인 다의어로 여겨진다. 사전 속 ‘산책’의 여러 풀이에 압생트와 함께 몇 개의 단어를 덧붙여 새겨넣는다. 산책을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긴 시간이 요구되는 재미있는 글감이 떠오른 한편(올해 안에 그 글을 완성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 없다면 아래쪽 글이 약간의 위안을 스스로에게 줄 것이다. 장 블랑제리의 맘모스를 살 수 없을 때 미니 맘모스를 사는 것 처럼..!) , 압생트 구역질의 출처 또한 공기가 입술을 휘감고 지나 압생트에 절인 목젖과 맞닿은지 약 30초도 지나지 않아 연상되었다. DHC 립밤, 바세린, 쿤달 핸드크림. Palate에서 도대체 왜 그딴 인공품의 맛이 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 LLM이 참 좋은 것이, 도무지 아무도 하지 않았을 질문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러고보니 네이버 지식in은 서비스 종료를 하였는지 모르겠다. 돌아와서, 그것이 정답인지와는 별개로, 일단 물린 곳을 긁어주는 LLM의 그 느낌이 참 좋다. 그러나 너무 긁으면 피가 나지 않는가? 욕구는 해소될 때 까지 푸는 것이 옳은가? 옳지 않다면, 욕구를 해소하지 않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산책하고 홀로 올라오는 30분 동안 이처럼 개별적인 생각들에게 연상을 통해 그들을 이어주는 다리를 지어준다. 하면 LLM은 다양한 단어로 바뀐다. 꼬맨틀에서 유사도가 200위 정도 넘어가면 어떤 기준으로 이 단어가 저 단어보다 하필 딱 17등이 높은지 알 수 없다. 아쉽게도 이 글의 단어들로는 200위는 커녕, 1000위 안에 들 수 조차 없다.
산책과 009의 노래 <산책>은 꽤나 가깝다. 산책과 ‘은행나무’는 조금 더 멀어보인다. 산책과 ‘매너리즘’, ‘엑스니힐로’, ‘이경규의 양심냉장고’는 무엇이 더 연관있는 단어인지, 그리고 이 단어가 애초에 왜 연상되었는지 그 연유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후자의 질문은 이내 비상하고 실제하는 중추 신경의 희미한 자극에 의해 결국 경로가 밝혀지며 수그라든다. 돌아와서 자리에 앉아 남아있는 반 샷의 압생트를 단숨에 들이킨다. 더 이상 립밤맛 palate에서 말미암은 구역질이 지배하지 않는다. 따라서 오늘 처음 딴 압생트의 에어링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LLM과는 조금은 다른 결론 같아 보이나, 아무래도 상관없다.